영화 비평: 영화 Coco 속,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

 학교 과제로 제출한 영화비평입니다.


영화 <코코> 속,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


'죽은 자들의 날'이란 멕시코에서 매년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세상을 떠난 가족이나 친지 를 기리며 그들의 명복을 비는 날이다.1) 이 '죽은 자들의 날'을 위해 제단을 마련할 때에는 그곳에 올려야 하는 필수적인 요소들이 있다. 그것은 음식, 물, 촛불, 오색종이이다. 이 구성 요소들은 고대 아스테카 문명에서 기원한 것으로, 아스테카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흙, 물, 불, 공기와 혼합되어 새로운 우주의 생명력을 이루는 절대 질료를 제공한다고 믿었다. 제단에 올리는 음식, 물, 촛불, 종이는 이 기본 요소에 대한 상징을 이룬다. 멕시코 사람들이 인간의 죽음을 새로운 우주의 생명력을 이루는 밑바탕으로 생각했다는 점에서, 그들만의 독특한 죽음에 대한 '신화적 의식'을 보여준다. 맥시코 사람들에게 죽음은 그 자체로 끝이 아닌 새로운 탄생을 위한 밑바탕이었다. 이들은 삶과 죽음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해서 이해하지 않았다. '죽은 자들의 날'은 축제같은 분위기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 망자에 대한 여타의 의식과는 다르다. 이러한 배경에서 주인공 미겔이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만난 핵토르는 해골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익살스럽게 표현될 수가 있었다.2)

영화 <코코>의 네러티브

영화 <코코>(2017)는 '죽은 자들의 날'에 일어나는 가족의 갈등과 화합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죽은 자들의 날'은 후손이 조상을 위해 제단을 만들고, 집으로 모셔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하는 날이다. 그러나 가족 간의 갈등으로 가족의 화합은 이루어지지 못한다. 그런데, 뮤지션을 꿈꾸는 주인공 미겔은 '죽은 자들의 날'에 멕시코 최고의 뮤지션인 델라 쿠르즈의 기타에 손을 댔다가 망자의 물건을 훔친 죄로 '죽은 자들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이때 특이하게도 영화가 보여주는 '죽은 자들의 세계'는 형형색색의 화려한 공간이다. 이는 멕시코 사회가 죽음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보여준다. 미겔은 고조모 이멜다의 축복을 받으면 다시 '산 자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뮤지션이 되는 것을 반대하는 이멜다의 축복을 거부하고 본인이 고조부라고 믿는 델라 쿠르즈의 축복을 받고 뮤지션으로 인정받기 위해 길을 떠난다. 이 과정에서 수상한 헥토르라는 인물과 동행하게 되는데, 후에 델라 쿠르즈의 <Remember Me> 노래는 동료였던 헥토르를 독살하고 얻은 악보였으며, 실제 미겔의 고조부는 델라 쿠르즈가 아닌 헥토르임을 알게 된다. 미겔은 헥토르와 함정에서 빠져나오고 시련을 이겨내며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델라 쿠르즈에 대한 권선징악을 이뤄낸다. 이 과정에서 미겔은 가족 안에서 배제되었던 고조부 핵토르를 다시 가족 안으로 편입시키고, 이는 헥토르의 딸 코코가 그를 다시 기억할 수 있게 돕는 과정으로 그려진다. 이후, '산 자의 세계'에서 미겔은 세상에 <Remember Me>의 원작자를 공개하면서 선한 측이 승리하는 전형적인 네러티브의 형식을 완성한다. 미겔은 '산 자의 세계' --> '죽은 자들의 세계' --> '산 자의 세계'로 이어지는 순환적 공간이동을 통해서 가족 간의 갈등을 유발하던 부정적 기억을 긍정적 기억으로 전환한다.3) 미겔의 공간 여행은 단지 가족 안의 문제만을 해결하는데 그치지 않고 삶과 죽음이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죽은 자의 세계에 대한 남다른 묘사는 삶과 죽음을 분리해 이해하지 않는 멕시코의 독특한 문화 의식을 보여준다.

영화에 대해 분석하기

맥시코인들의 해골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다. 맥시코인들의 해골 캐릭터에 대한 애정은 '죽은 자들의 날' 행사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삶과 죽음에 대해서 연속적인 세계관으로 해석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동시에 해골 캐릭터에 대한 애정은 영화사에 나타나는 과정을 통해 재창조되기도 한다. 1930년대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는 영화에 사운드가 도입된 직후의 시대였다. 그중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여타의 실사영화와 비교해볼 때 소리와 영상의 싱크가 '미키마우징'이라는 표현이 생길 정도로 대단히 잘 맞아떨어졌다. 이때 소비에트연방의 영화감독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은 그 노하우를 알아내고자 할리우드를 방문한다. 기록상 최초의 유성애니매이션은 <증기선 윌리>(Steamboat Willie, 1928)이지만, 당시 에이젠슈테인에게 가장 충격을 주었던 작품은 <해골춤>(The Skeleton Dance, 1929)이었다. 에이젠슈테인은 막상 할리우드에 와보고는 이곳에서 영화를 촬영하고자 했지만 실패한다. 이후, 에이젠슈테인이 방문하게 되는 곳이 바로 멕시코이다. 그리고 멕시코에 머물면서 그는 영화를 만들었는데, 이 영화가 바로 <멕시코 만세!>(Que Viva Mexico!, 1932)이다. 맥시코에 머물면서 해골 이미지를 많이봐서 그런지 현지에서 제작된 <멕시코 만세!>에는 해골이 가득하다. 디즈니의 <해골 춤>에 이끌렸던 에이젠슈테인의 행보가 멕시코의 해골 전통으로 귀결된 것이다.4)

영화 <코코>는 디즈니가 만든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2017)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에서 가볍게 소개된 이후 공개된 작품이다. 픽사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는 늘 단편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이는 마케팅을 전략을 사용해왔다. 디즈니社는 <겨울왕국>(2014)의 짧은 속편인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에서 픽사社의 <코코>를 홍보해준다.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코코>와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 두 작품 모두 '가족의 전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공통점 또한 보여준다. 재미있는 사실은 영화 <코코>를 만든 픽사社와 <겨울왕국>을 만든 디즈니社는 치열한 경쟁의식을 가진 라이벌 관계라는 점이다. 경쟁관계이자 공생관계인 두 회사의 관계는 보는 이를 매우 흥미롭게 한다.

영화 <코코>에서 표현되는 해골은 본래 낯설고 무서운 정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골 캐릭터들은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는 애니메이터가 '상상 및 과장'의 측면에서 뛰어난 형상화를 통해 관객에게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듦으로써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친근하게 느끼도록 만들어낸 것이다. 음악의 꿈을 쫓는 미겔, 악당 델라 크루즈 등 각각의 캐릭터는 익숙함과 생소함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5)

영화는 단순히 멕시코의 국가적 색감을 '산 자의 세계'에만 사용하지 않는다. 영화에서 멕시코의 국가적 색감은 '산 자의 세계'에서는 뚜렷하게 표현되지만, '죽은 자의 세계'에서는 좀 더 모호하고 흐릿하게 표현된다. 이는 '죽은 자의 세계'를 좀 더 시각적으로 비범하게 만드는 효과를 보인다. 진한 오렌지색은 단순히 관객들에게 인상을 남기기 위해 사용된 색체가 아니다. 진한 오렌지는 멕시코의 국가적 상징인 국화 마리골드(golden marigold)를 의미하는 색체이다. 맥시코의 전통에서는 이 마리골드가 죽은 영혼들을 '죽은 자들의 날' 행사일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이끈다고 믿는다. (Fig. 1.)에서 오랜지 색체의 마리골드 다리가 죽은 자들의 세계를 상징하는 보라색과 어우러지는 장면은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상징적인 효과 또한 반영하는 장면이다.6)

(Fig. 1. Land of Dead)

영화 <코코>는 '죽은 자들의 날'에 일어나는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합을 담은 이야기이다. 영화에서 이 '죽은 자들의 날'은 여타 의식과는 달리 어둡고 슬프거나 숨겨야 할 배경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영화에서 드러나는 멕시코만의 색채와 사상은 그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분법적이지 않은 관념에 그 기반에 있다. 영화 <코코>에서 드러나는 멕시코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운 공포의 존재로 인식하지 않는다.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나는 행위는 무서운 행위가 아니며 오히려 친밀한 행사에 가깝다. 그리고 이 친밀한 행사는 매년 '죽은 자들의 날' 행사를 통해 계속되며 공동체, 가족들의 결속을 강화해준다. 멕시코 사람들에게 그리고 영화 <코코>의 주인공 미겔에게 죽은 자들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친근함과 연대의 대상일 것이다.



1) “죽은 자들의 날(Dia de los Muertos)”<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cid=42836&docId=2175873&categoryId=42836>(1 5:00, PM).

2) 이향애, 「영화 <코코>에 나타난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 『기호학 연구』, 55(0), 2018, pp. 243-244.

3) 이향애, 「영화 <코코>에 나타난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 『기호학 연구』, 55(0), 2018, pp. 225-226.

4)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코코>는 소리와 영상으로 기억을 소환한다.”<씨네21>, 2018. 1. 24,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9323>(15:00, PM).

5) 이묘, 「애니메이션 연기의 특징 분석 :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를 중심으로」, 『중앙 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2018, pp. 86-88.

6) Xiao Ling Yue, "Analysis on Color Shaping the Space of Animated Film Coco",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논문지, 2019, p.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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