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비평: 한국의 웹소설 문화 비평

 한국의 웹소설 문화

- 한국 웹소설 문화에 담긴 자기 표상과 집단적 욕망 -


한국의 웹소설은 본래 인터넷소설이나 온라인소설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리었으나, 2013년부터 네이버에서 ‘네이버 웹소설’이라는 플랫폼을 출시하면서 비로소 ‘웹소설’이라고 불렸다. 한국의 웹소설은 1990년대 말, PC통신 문학을 시작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당대 새천년 2000년대를 맞이하는 불안정감과 기대감이 만나는 시대상 속에서 PC통신은 순문학 작가가 아닌 아마추어 작가들의 공간이 되었다.1) 본인도 읽어본 이우혁의 『퇴마록』,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 등의 장르 소설들이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했다. 한국에서 웹소설은 본래 스낵컬쳐(snack culture) 중의 하나였지만, 이제는 빅 컬쳐(big culture)로 성장하고 있는 대중문화이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웹소설 플랫폼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 네이버 웹소설, 조아라, 문피아, 또 최근에는 노벨피아라는 플랫폼까지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웹소설 문화에서 현세대의 의식구조와 신화적 구조를 미약하게나마 추측할 수 있다. 이는 웹소설에서 개인의 표상이 현세대의 집단적 욕망을 반영하여 대량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세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 웹소설에 나타난 개인의 표상은, 현세대의 자기표현이다. 웹소설은 소설의 소비자와 생산자가 중첩되는 것이다. 즉 웹소설은 ‘순수문학’처럼 작가와 독자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 예를 들어, 300~1000자 분량의 1편에 대해서 글이 진행될 때마다 독자들은 댓글을 통해 작가에게 피드백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웹소설에 직접 참여하므로 웹소설은 참가집단의 내부적 인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된다.2)

둘째, 웹소설에서 개인의 표상은 대량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웹소설은 하나의 ‘클리셰’가 상업적 성공을 거두면 그 ‘클리셰‘가 무수히 재생산되고 있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소설 속 개인(주인공, 등장인물)의 표상은 많은 작품에서 재활용되고 있다. 이것은 웹소설의 독자들이 소설 주인공이나 등장인물과 같은 주체상을 집단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거기서 대리만족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3)

셋째, 미셀 푸코(1926~1984)의 담론이론에 따르면, 담론은 모든 사회관계 전체에 퍼져있는 힘의 흐름으로 개인이나 집단에 포함된 것이 아니라 사회전체를 아우르는 특정한 힘이고 권력이다.4) 웹소설에서 하나의 소설 키워드나 형식이 성공할 때마다 다수가 이를 모방하고 그런 작품을 소비하는 구조는 일종의 권력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웹소설 플랫폼은 사회의 권력 즉 담론을 잘 반영코자 하는 소설들을 나열한 가상의 장소이다.

이러한 이유로 웹소설을 통해 현시대의 자화상을 그려보고 추정할 수 있다. 웹소설 플랫폼에서 대중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소설 장르 2개를 통해 이를 알아보고자 한다.

’게임 판타지 장르‘를 통해서

게임 판타지 장르는 한국에서 출간되는 장르 판타지 소설의 하위 범주로서 2003년 대여점을 기반으로한 출판 소설에서 관습이 형성되어 현재 웹소설 시장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변용-재현되어 나타나는 일군의 소설 양식을 의미한다. 주로 컴퓨터 게임을 기반으로한 MMORPG게임의 양식이 소설에서 재현된 형태로 나타난다. 게임 판타지 장르는 게임 진행을 위해 제시되는 ’퀘스트‘와 이를 수행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노력과 그에 따른 ’퀘스트 보상‘ 등 지극히 게임적인 요소들을 수용하는 동시에 게임을 균열내는 해킹, 버그 등의 요소들도 적극적으로 소설에 반영한 판타지 소설 장르이다. 게임 판타지 소설의 탄생을 알려면 시대적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1990년대 중반 온라인 게임이 활성화된 이후 아이템 거래는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당대 리니지, 메이플스토리와 같은 게임의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판매하고 현금화하면 PC방 사용료를 충당할 정도였고 이를통해 현세대의 뇌리에 게임 플레이 능력으로 대접받는 세상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 구조가 탄생한다. 2010년부터는 스마트폰의 발달과 함께 모바일 게임이 유행한다. 모바일 게임은 대게 현금 결제를 통해 게임 내 캐릭터의 능력을 강화하고 게이머의 숙련도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또한 2020년대에는 VR(가상현실)기기의 상용화, AR(증강현실) 게임이 등장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현세대가 보기에 현금결제를 통해 플레이하는 게임이라는 가상과 VR, AR 기술을 통한 현실, 두 공간의 분리는 무의미해진다. 이러한 배경에서 게임 판타지 장르 소설은 위와 같은 게임 환경과 인식의 변화를 반영하여 가상과 현실을 복합적으로 섞어놓은 공간을 구현한다. 게임이 곧 현실이고, 현실이 곧 게임인 세계를 그려내기 시작한 이유는 이러한 사회문화적 배경 때문이다. 게임 판타지 장르에서 주인공은 몬스터와 던전이 출몰하거나 게임 시스템이 현실에 덧씌워져서 세계의 멸망같은 게임적 네러티브가 진행되는 현대사회를 배경으로 주인공의 성공을 그린다.5) 이러한 스토리 구성을 통해 추정해 볼 때, 현 세대는 소설의 주인공에 본인을 대입해서 게임과 같이 성공하고 성장하고자 하는 열망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난 199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경험한 게임에 대한 인식이 현실세계에 반영되어 게임과 같이 성장하고, 게임과 같이 성공하고, 게임과 같이 현실에서 즐거움을 누리고자 하는 무의식을 만들었을 것이다.

’대체역사물 장르‘를 통해서

아이작 아시모프는 대체역사소설을 특정한 역사적 분기점에서 기존 역사와 다른 선택이 일어났을 때(What if / if of history) 발생하는 미래를 예측하고 서사화하는 장르라고 표현한다. 영미권 소설가 필립 K.딕의 『높은 성의 사나이』(1962)와 같은 소설이 최초의 대체역사소설이 라고 볼 수 있다. 대체역사소설이 재현하는 분기점은 세종대왕이나 흥선대원군처럼 당대의 권력자 혹은 우연한 사건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한국 웹소설의 대체역사물은 주로 이러한 시대적 분기점에 20~21세기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그가 ‘시간여행‘을 통해 특정한 과거에 개입해 해당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정치적 성공을 이루는 내용을 형식으로 한다. 역사속 인물들은 당대 세계의 문제점을 통감하지만 해결할 수 없으며, 오로지 현대인이 ’개입 ‘해야만 당면한 문제가 해결된다. 이는 당대 역사의 개별적인 특수성을 고려하기보다 어느 시대로 이동하건 그 세계의 문제를 강력한 개인의 힘과 지혜로 무마하는 형태 이야기의 반복이다. 또 본래 대체역사소설은 디스토피아나 유토피아를 제시하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웹소설의 대체역사물은 당대의 배경을 해석하고 극복하는 성공이 보장된 영웅의 일대기의 반복이다. 여기서 주인공은 성공을 통해 개인이 누릴 수 있는 명예나 부를 누린다.6) 웹소설 플랫폼에서 대체역사물이 성공을 거두는 것은 이에 대한 일정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이는 현세대가 현대의 문제를 통감하지만 해결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끼면서도, 본인의 성공을 통해 시대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권력욕을 느끼는 양가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추정한다.


1) 고민정, 「한국 웹소설의 플랫폼 성장과 가능성」, 『전자출판연구』, 2019, pp.32-34.

2) 유인혁, 「한국 웹소설은 네트워크화된 개인을 어떻게 재현하는가?」, 『현대문학의 연구』, 2020, p.212. 

3) 유인혁, 「한국 웹소설은 네트워크화된 개인을 어떻게 재현하는가?」, 『현대문학의 연구』, 2020, p.213. 

4) 비평적글쓰기연습 21.11.30.화 수업 참고.

5) 강우규, 「웹소설에 나타난 포스트휴먼 담론 고찰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을 중심으로-」, 『우리문 학연구』, 2021, pp.150~153.

6) 안상원, 「상상의 질료, 해체의 대상으로서의 역사 : 장르소설과 웹소설의 대체역사물 연구」, 『민족문 학사연구』, 2020, pp.7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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